
[기자회견문]
공립유치원의 위기는 부산 유아교육의 위기
공립유치원 지원 방안 마련하라!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의회는 지난 21일, ‘2026년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전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2026년부터 사립유치원 유아학비를 현재 월 41만 원 지원에서 19만 원 추가 인상하여 월 60만 원을 지원하여,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될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일선 유치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사립유치원이 무상교육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우선모집의 선발범위를 최대로 하여 원아모집을 선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립유치원은 원아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에 놓여 있으며, 학급 존폐 위기를 겪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교육청이 말하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가 사립유치원 살리기, 공립유치원 죽이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산은 전국에서 사립유치원에 재원하는 유아의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사립쏠림을 가속화하여 부산시교육청이 스스로 공립유치원에 대한 책무성을 저버리는 것이다. 또한 원아모집의 책임을 일선의 공립유치원 교사들에게 떠넘겨 교육과정 운영, 행정 업무 속에도 발품을 팔아가며 유아모집을 해왔는데 내년도 원아모집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작년 교육청은 유아모집이 되지 않아 학급 감축이 이루어진 유치원에 과원 교사를 방과후과정 교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유아 대상 공교육의 질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 없었다.
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엄연히 정규 교육과정을 담당하고자 임용한 교사를 방과후 교사로 전환하겠다는 황당무계한 방법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전담교사로 배치해야 한다. 유치원의 전담교사 배치에 대한 요구는 전체 교육공동체가 원하는 것임을 교육청도 모르지 않다. 이와 함께 학급당 유아 수를 감축하여 학급 감축을 최소화하고 유아교육의 질과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병설유치원은 노후한 시설과 인력 부족 속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소규모 유치원의 경우 유아 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무·행정 지원마저 배제되고 있으며, 한 명의 교사가 많은 업무와 수업을 감당하고 있으며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공립유치원을 지키는 일은 곧 공교육을 지키는 일이며, 그 책임은 현장이 아니라 교육청에 있다. 교육청은 전담교사를 배치하고 학급당 유아 수를 감축해 공립유치원의 교육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공립유치원 예산을 확대하고 모든 병설유치원에 교무업무 지원 인력을 배치해 교육과 행정이 분리된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립유치원 비율을 확대하는 데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공립유치원, 유아교육의 공공성의 훼손을 더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교육청은 더 이상 공립유치원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에 요구한다!
하나, 전담교사 배치, 학급 당 유아 수 감축으로 공립유치원 교육의 질 향상하라!
하나, 예산 지원 확대 및 병설유치원 교무업무 지원 인력 배치 등 공립유치원 지원 방안 마련하라!
하나, 유아교육 공공성 보장을 위해 공립유치원 비율을 확대하라!
2025년 11월 27일
전교조 부산지부 유아교육위원회
<학부모 대표 발언>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여성회 국가책임평등돌봄본부장 조영은입니다.
이 긴 이름에서 짐작하셨듯이 저는 아동돌봄의 책임에서 국가의 공공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활동을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7살 아이를 키우는 유아교육 당사자 학부모로서 저의 경험과 생각을 전해드리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최근 아이를 등하원시키면서 보니 모든 어린이집∙유치원 차량에 ‘2026년부터 사립유치원(어린이집) 전면무상보육 실시’라고 커다랗게 홍보물을 붙여 놓고 내년도 원아모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니 좋은 일인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건 아닌데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국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환영할 말한 일이지만 국공립 보육∙교육시설을 늘리거나 이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으면서, 민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가 5살 때부터 얼마 전까지 3년 간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아이를 보냈습니다. 좁은 가정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넓은 운동장과 체육관, 병설유치원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야외 놀이터와 텃밭이 있고, 넓은 교실과 놀이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규수업은 물론 방과후 수업과 야외체험학습, 각종 찾아오는 특별 수업을 일체의 추가 경비 없이 받을 수 있어서 아주 만족했습니다. 얼마 전, 이사를 해서 어쩔수 없이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전학을 했습니다. 제가 새롭게 이사한 동네는 초등학교도 과밀이라 인근 6개 학교 중 딱 한 군데만 병설유치원이 있었고, 이미 정원이 꽉 차서 저같은 한 자녀 가정은 입소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 자녀 맞벌이정도 되어야지 당첨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병설유치원 같은 국공립 유치원의 수요가 많고 절실한 곳은 유휴교실이 없어 설치를 못하고, 아이들이 없는 원도심의 주택가 지역은 유휴교실을 이용해서 병설유치원을 설치했지만 수요가 없는 것이 현재 실정입니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는 것이 국가와 시교육청의 할 일 아니겠습니까?
저희 아이를 보냈던 병설유치원도 학년이 끝날 때까지 정원이 차지 않았고 학기 초엔 심지어 어린이집보다도 한 반 인원수가 적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병설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이유는 사립을 선호해서라기 보다는 제가 알아본 바로는 차량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병설유치원 등 공립유치원에 대해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학교 방학 때는 운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제가 보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일주일 정도만 방학을 하고 학교 방학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양질의 학교급식에, 완전 무상교육에, 좋은 교육환경까지, 병설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보니 이렇게 장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아모집이 어려운 것은 왜일까요? 수요가 많은 곳에는 병설유치원이 없고 수요가 없는 곳에는 숫자만 늘리다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민간어린이집으로 전학을 시켜서 아이를 보내보니, 한자수업, 코딩수업, 학습지풀이, 심지어 원어민 영어수업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 추가 비용도 한달에 10여만 원이 넘었습니다. 제가 교육열이 높아서 그 어린이집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인근에 7세반에 티오가 있는 곳이 거기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제가 말한 그 수업은 추가 신청을 하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 수업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 아이가 신청을 안한다면 혼자서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비용까지 국가가 다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지원받는 학부모 입장에서도 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민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단순한 비용지원이 아니라, 국가가 할 일은, 교육청이 할 일은 공공보육 교육 시설을 확충하고 그 질과 양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활동하고 있는 국가책임평등돌봄운동본부에는 장기적으로는 만5세 유아교육은 초등학교처럼 국가가 전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유아교육의 큰 정책적 방향이라고 한다면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보육∙교육 시설을 확충하는 것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지, 이후에 점점 없애야 할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장기적인 정책 방향에도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잘못된 유아보육∙교육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이상입니다.
<공립유치원 교사 발언>
공립유치원을 지켜야 합니다.
유아교육계획에 있어 기본은 유아의 미래입니다. 현재 놓인 현실보다 미래를 보며 계획하는게 교육이고 이를 지원하는게 교육청이며 이를 행하는게 기관입니다. 널리 보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발이 아닌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립병설 유치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유치원을 유지시키기 위해 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주고 싶어 노력하나 유치원 운영과 원아모집을 위한 대부분의 일들을 교사들이 짊어지고 가다보니 유아들과 더 재미있는 놀이 활동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또 한 반이 줄어들면 이 모든 것을 교사 혼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서류의 숫자만 보지 마시고 현장을 봐주세요. 교사 혼자 모든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주세요.
부산시교육청 사립 지원 확대 이후 공립유치원 원아모집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 이제는 그 책임을 현장에만 넘길게 아니라 교육청이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이 제대로 공공성을 갖추려면, 가장 먼저 공립유치원이 튼튼하게 서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공립 체계가 휘청이는 와중에 사립유치원부터 대규모로 지원하는 정책이 과연 순서에 맞는지, 교육청은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공립유치원에 대한 확실한 재정 인력 지원, 학급 감축에 따른 전담교사 배치 정상화, 소규모 병설유치원 보호 대책 등 유아교육의 기본구조를 바로 세우는 데 책임있게 나서주십시오. 공공성을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지금 교육청이 앞장서야 합니다.